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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여행/뉴질랜드(2019)

D1: 준비 및 해밀턴 지역

   오래 간만에 여행을 떠났다. 작은 조카와만 열흘 정도 뉴질랜드 여행. 떠나 오기 전엔 으레 그렇듯 일이 좀 많아 이런 와중에 열흘이나 일을 안 해도 되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시간은 흘러 결국 또 떠나게 되었다. 외국에서 처음 운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살짝 긴장도 되고, 딱히 일정을 짜 놓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 열흘이란 시간이 조금은 길게 느껴질까 하는 걱정도 있고, 해야 할 이 많은 일들이 열흘이 지나도 그대로 있을 것이기에 걱정도 되고, 등등등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기도 하고, 몇 달 간 주말도 없이 일을 하는 와중에 서울살이에 대한 실증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기도 했고,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 불과 1년 전까지 했었던 대전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 가던 이 때에 떠나는 여행이니 시기가 참으로 적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의 첫 준비는 국제운전면허증 발급이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래서, 어느 날 약간 일찍 퇴근을 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 후, 그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자마자 왕십리 경찰서로 가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 경찰서 입구를 지나가자 경비 보는 사람이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 물었기에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려 왔다고 하자 자신의 뒤쪽을 가리키며 이 곳으로 가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 주었다. 들어 가자 아직 9시가 안 되었기에 업무 준비가 한창이다. 대기표를 뽑지 않고 대기 의자에 잠깐 앉아 있자니 직원 중 한 명이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어서 이야기를 하니 옆에서 작성지를 작성하라고 한다. 그 사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러 오신 할아버지 한 분은 이제 눈이 잘 안 보여 반납한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업무를 보고 계신다. 이런저런 혜택이 있다고 알려 드리는 직원의 안내에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옆에서 나도 필요 서류들을 제출하고 5분여 남짓만에 국제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그 다음 준비는 NZeTa 였다. 앱을 설치하고 실행을 시키니 몇 번은 그냥 대기 상태로만 있는다. 두어 번 껐다 다시 실행을 시키니 한 단계씩 실행이 되었다. 한 번은 사진 입력에서 빙글빙글 도는 아이콘만 몇 십 분 나왔다. 꺼버리고 다시 켜니 이미 그 단계 다음 단계로 들어 갔다. 필요한 몇 가지 체크를 하니 얼마가 결제가 되고 절차가 끝났다. 

 

   그 다음 준비는 뚜룩이 였다. 뚜룩뚜룩이를 용인에 데려다 놓아야 하는데, 언제 데려다 놓을까를 꽤나 고민했는데 결국 금요일 저녁에 데려 오기로 했다. 목/금 서울집에서 좀 쉰 다음 금요일 오후 10시에 출발했다. 11시 쯤에 집에 도착해서 짐을 차에서 내리고 있자니 어딘가에서 까미가 나와서 아는 척을 한다. 살짝 쓰다듬어 준 다음 마저 정리를 하고 잤다. 토요일 아침 8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기고 10시경에 집에서 출발했다. 용인에 오니 10시 50분 버스가 있어서 타고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니 이미 인천공항이다. 제2터미널에서 내리니 11시 30분이다. 예상보다 빨리 왔다. 비행기는 4시 45분 비행기인데 말이다. 그런데, 몇 가지 처리할 일들이 있었고, 차라리 공항에서 하자, 하는 생각에 일부러 4시간 정도 일찍 온 것이긴 하다. 

 

   내리자 마자 우선 환전을 하려고 하나은행을 찾았다. 찾아 가다가 플러그 변환기를 팔만한 곳이 보여 들어 가서 멀티탭 어디 있냐고 묻자 직원이 안내해 준다. 다 다가가서 멀티탭이 필요한 것이냐고 그냥 으레 물어 본 것 같은데, 나는 그 옆에 플러그 변환기를 보고, 아, 이게 필요한 것이라고 하며 몇 가지 살펴 보다 하나를 샀다. 그 후 다시 하나 은행을 찾으니 2번 입구 뒤쪽에 있다. 가서 대략 한화50만원 정도치를 환전을 하고, 그 다음으로는 포켓 와이파이를 받으러 갔다. 바로 전날 매형이 알려 줘서 곧바로 대여 신청을 해 둔 터다. 문자를 확인하니 1번 출구로 갔는데 뭐 아무 것도 없다. 다시 안내문을 읽어 보니 1층 입구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니 바로 보인다. 가서 전화번호만 입력하고 바로 대여 받았다. 추가로 주문한 보조 베터리까지 받았다. 보조 베터리 때문에 뉴질랜드에 맞는 플러그를 같이 주었다. 작은 포켓에 넣었다 보조 베터리까지 있어서 잘 안 들어 가자 좀 더 큰 포켓에 바꿔 담아 주었다. 그 후 다시 3층에 가서 벤치에 앉아 작은 조카를 기다렸다. 

 

   얼마 있자 조카가 왔다. 나는 백팩 하나만 있고 조카는 커다란 케리어가 있어서 그 곳에 내 치약을 옮겨 넣었다. 그 후 셀프 체크인을 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었는데, 조카는 얼마 전 해 봤다고 한다. 그 후 짐도 셀프로 했다. 보조 베터리가 의문이었는데 도와 주는 직원에게 묻자 갖고 타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괌을 갈 때 수화물에 있던 보조 베터리 때문에 안내 방송으로 이름이 불렸던 기억이 났다. 문을 열고 들어 가니 직원이 이거 뭐냐고 해서 보조베터리라고 하자 수화물로 하면 안되고 들고 타라고 했었다. 포켓와이파이 대여할 때도 물론 보조베터리를 들고 타야 한다고 안내해 주긴 했었다. 뭔가 한 번 혼동이 되니 좀처럼 기억이 되지 않는다. 여하튼 짐까지 붙인 상태로 편안하게 이제 밥 먹을 곳을 찾아 보았다. 제2터미널은 매우 한산했다. 4층으로 가서 갈만한 곳을 보았는데 시간이 좀 일러 좀 더 있다 먹기로 했다. 그래서 그 사이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셨다. 2시 반쯤 되어 한식집으로 가서 밥을 먹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보안 검사 등은 별다른 것 없이 빨리 끝났다. 중간에, 내가 조끼를 벗어 플라스틱 상자 안에 넣었는데 직원이 "이 옷도 승객분 것이냐"고 물어 봤는데, "승객분" 이란 단어가 흔히 듣던 게 아니라 그런지 내가 잘 못 알아 들어서 직원이 세 번 반복했다. 

 

   안으로 들어 와서 233번 출구에 자리 잡고 앉아 대기에 들어 갔다. 그 사이 화장실도 이용하고, 특허에 관한 통화도 하고, 특허 문서도 처리했다. 그리고 업무 매일 몇 개를 보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온 몇 개의 연락은 특허명세서 확인 건과 특허 양도에 관한 감사원 결과에 대한 대응 건과 의견제출통지서에 대한 내용, 총 4개의 특허 및 4개의 기관이 연관된 세 개의 일에 대한 것이었다.시간은 흘러 비행기에 탑승,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4시간 걸리는 줄 착각하고 있던 10시간 이상의 여정이 끝나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입국심사에서 줄을 잘못 서 있었다. 중간에 직원이 한국인들은 이 곳으로 가라고 해서 옮긴 후, 자동으로 하는 입국 심사대에 들어 갔다. 여권을 넣고 인식시키니 몇 가지 물음이 나왔고, 그 단계가 끝나자 문이 열려서 들어 가서 밑에 있는 표시대로 발을 옮긴 후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거부 표시가 나서 나왔다. 이미 몇 명이 그렇게 된 것을 본 상황이다. 옆 칸으로 가서 같은 절차를 같은 방식으로 하니 이번에는 문이 열린다. 아무래도 찍힌 사진과 NZeTa 에 등록된 사진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이 아직 잘 작동하지 않는듯 싶다. 다음 단계에서 세관에 신고 할 물건이 없다는 것까지 얘기한 다음 완전히 밖으로 나왔다. 

 

   우선 나오자마자 차를 수령받는 사무실을 찾아 보았는데 바로 눈 앞에 보인다. 밖에서 카페에 앉아 커피나 한 잔 하며 잠시 쉴 생각이었는데 그럴만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각자 음료를 하나 사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내가 고른 음료는 너무 달았다. 조금 있다, 비록 10시가 수령시간이긴 하지만 혹시 좀 더 일찍 받아도 되나 해서 가서 물어 보니 바로 수령이 된다. 필요한 절차를 끝내고 차가 있는 곳까지 가니 파란 차가 한 대 있다. 짐을 싣고 차에 올라 이것저것 조작을 좀 해 본 다음 조금은 불안안 마음을 안고 시동을 켰다. 어쨌거나 해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출발했다. 중간에 역주행 한 5m 한 번, 경적 소리 한 번 듣고 대략 200km 정도를 운전해 첫 번째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도 원래는 2시부터 체크인인데 12시 좀 넘어서 도착했다. 우선 주차를 하고, 예정보다 좀 더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는지 묻기 위해 안내소로 가서 직원을 호출했다. 직원에게 묻자 물론 가능하다며 몇 가지 서류에 사인을 하고 키를 받고, 우유도 두 개 받고 방에 들어 왔다. 첫 번재 방이라 길에 인접해서 다소 소음이 있는 단점이 있다. 

 

 

대충 짐을 풀어 놓은 숙소 모습. 바깥쪽 방은 큰 침대 하나. 안쪽 방은 작은 침대 두 개가 있다. 

 

시차도 있고, 좀 피곤해서 조금 쉰 다음 1시에 밥을 먹으러 나갔다. 점심은 주변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조카가 찾은 음식점에 가니, 그런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 그냥 다음 일정이었던 강으로 가다 보니 종가집이 보인다. 한국인이 하는 음식점인듯 싶다. 그래서 들어 가보니 영업 중이었고 직원들이 한국말을 한다. 우리는 고추장불고기와 김치볶음밥을 시켜서 먹었다. 직원에게 이 근처 편의점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직원이 말하길 뉴질랜드는 편의점은 따로 없고 주유소에 붙어 있는 곳이 편의점이라고 한다. 식사를 끝내고 나와 강가로 가서 걷다 쉬다를 반복했다. 강가에 오리가 꽤 많이 있었다. 

 

강을 걷다 만난 풍경들. 고양이 한 마리도 보았다, ㅎ. 

 

원래 가려고 했던 아래 방향으로 가다 보니 길이 막혀 다시 위로 올라 왔다. 어느 정도 걷고, 다시 틀어서 이제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마트 위치는 이미 파악을 해 둔 상태였고 10시까지 영업 중이라는 것을 점심을 먹으며 확인해 둔 상태였다. 차를 가져올까말까 생각을 했는데, 우선 그냥 가서 일단 물건을 사기로 했다. 남자 둘이라 딱히 요리를 해먹을 게 아니라서 완제품 위주로 몇 개를 샀다. 

 

적당히 요기가 될만한 것들을 골라 담을 심산이었다. 요리를 할 수 있었다면 살 수 있는 것이 많았을텐데, ㅎㅎ.

사서 계산을 마치며 혹시 비닐봉지를 줄 수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하며 대신 종이 가방은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해서 두 개를 사서 짐을 나누어 담았다. 내 가방에 좀 무거운 것들을 넣고 종이 가방에도 나눠 담으니 충분했다. 숙소에 와서, 음료를 몇 개 맛 보았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익숙하지 않는 맛이다, ㅎㅎ. 오늘은 둘 다 피곤하니 이제부터는 쉬자는 것에 의견 일치를 보고, 씯고 한 숨 자고 일어 나니 밤 10시다. 조카는 배가 좀 고프다면서 한국에서 가져 온 컵라면을 먹고, 나는 약간의 정리를 한 다음 내일 일정을 조금 더 잡은 후, 이 글을 쓰고 있다.